안영 의 간언

논설주간 홍정덕 양주문화원 양주학연구소장

2024-09-09     한북신문
논설주간 홍정덕 양주문화원 양주학연구소장

안영은 춘추전국(春秋戰國) 시대 제나라의 명재상으로 제(齊) 영공(靈公), 장공(莊公), 경공(景公) 3대를 섬기며 절약 검소하고 군주에게 기탄없이 간언한 것으로 유명하였다.

안영의 키는 ‘여섯 자(尺)가 되지 않는다’라고 사서에 기록되어 있다. 주나라 때 한 자(尺)는 22.5cm였으므로 여섯 자라야 135cm이니 안영은 키가 140cm도 채 되지 않는 단신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그 작은 체구에 커다란 용기를 갖추고 있어서 항상 사직(社稷, 국가)을 최우선으로 생각하여 왕에게 거침없이 간언을 하였다.

그는 온 국민의 절대적인 인망을 받고 있어서 군주조차도 안영을 함부로 대하지 못하였다.

그럼에도 안영은 대단히 검약하여 가죽바지 한 벌을 30년간 입었고 고기가 식탁에 오르는 경우는 굉장히 드물 정도로 매사에 솔선수범하였다.

하루는 궁 마구간지기가 실수로 경공(景公)이 아끼던 말을 죽이고 말았다.

분노한 경공(景公)은 즉시 그 마구간지기를 죽이라고 명령하였다. 이 소식을 들은 안영이 달려가 왕을 만났다. “마구간지기는 과연 죽어야 마땅한 죄를 저질렀습니다. 그러나 그 경과를 한 번은 물어보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러자 왕이 마구간지기를 잡아오라 하여 심문을 하게 되었다.

심문이 시작되기 전에 안영이 마구간지기에게 먼저 호통을 쳤다.

“너는 죽어야 마땅한 세 가지 죄를 지었다. 우선 임금이 아끼던 말을 함부로 하여 죽게 하였으니 그 죄가 죽어 마땅하다. 둘째는 임금으로 하여금 겨우 말 한 마리 가지고 그 말보다 백배는 더 귀한 사람을 죽이게 만든 죄, 그리고 세 번째는 이 소문이 온 나라에 퍼져 임금으로 하여금 겨우 말 한 마리 때문에 사람을 죽인 옹졸한 임금을 만들어 버린 용서받지 못할 죄이다.”

이 말을 들은 경공(景公)은 안영의 말대로 비록 자기가 아끼는 고가의 말이기는 하나 단지 실수로 그 말을 죽였다는 이유만으로 사람을 함부로 처형한 옹졸하고 못난 왕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치솟는 화를 가라앉히고 그 마구간지기를 용서하고 만다.

안영은 현명한 간언으로 죽음에 직면한 마구간지기의 목숨을 구했고 이 소식을 들은 온 국민은 경공(景公)의 너그러움과 백성 아낌을 알게 되어 더욱 충성을 다하게 되어 훗날 현명하게 나라를 잘 다스린 군주로 널리 인정받게 된다.

사사건건 대통령의 발목을 잡고 하는 족족 인사발령에 트집을 잡으며 온갖 희한한 법을 임의로 재정하여 통치권에 간섭하는 국회를 대통령이 좋은 마음으로 바라 볼 여지는 물론 없겠다.

윤대통령은 이제 노무현 前대통령이 “대통령 못해 먹겠다”고 대놓고 푸념한 그 심정을 아마도 십분 이해하게 되었을 것 같기도 하다.

본래 의회는 통치권자를 견제하고 그의 통치를 감시하려고 만든 것이다.

그러니 아무리 심사가 불편해도 국회개원식에 대통령이 불참하는 것은 정치의 정도(正道)가 아니다.

대통령을 대통령답게 만들 책임이 그 참모진에 있다면 그 참모들은 대통령에게 목숨을 내 걸고라도 바르게 간언할 수 있어야 한다.

대통령의 발목을 잡는 이들과는 다른 대통령의 금도를 보여줄 수 있게 하여야 한다. 지금 이 혼돈의 시대에 정말 안영이 필요하고 그리운 까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