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고마비(天高馬肥)
홍정덕 논설주간·양주문화원 양주학연구소장
다시 이야기하지만 우리가 그 의미를 잘못알고 사용하는 한자 성어중에 용례가 바로 <천고마비(天高馬肥)>이다.
흔히 이를 ‘하늘은 높고 말은 살찐다’로 해석하여 ‘풍요롭고 아름다운 계절, 가을’을 묘사하는 것으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사실 천고마비는 이와는 정반대의 의미를 가진다.
천고마비는 ‘하늘이 높아졌으니 말이 살쪘겠구나’라는 의미로 이는 ‘북방의 유목민들이 여름 내내 초원에서 말을 먹이며 준비하다가 중국의 중원에 곡식이 익어 추수기가 되면 이제는 그 말을 타고 곡식을 약탈하러 올 때’라는 뜻이니 곧 ‘전쟁을 준비하여 저들의 약탈을 막아내어야 한다.’는 뜻으로 쓰이는 성어이다.
건주여진의 숙수후부 출신 누르하치는 1583년 5월에 기병하여 여진 부족들을 통합하고 1616년 정월 <허투아라>에서 「겅기연칸(英明汗)」으로 추대되었고 1618년 4월 ‘7가지 큰 원한’이라는 격문을 발표하며 명나라에 선전포고를 했다.
1621년(천명 4년) 누르하치 군은 심양, 요양을 잇달아 함락하고 1625년 허투알라에서 심양으로 천도했다. 누르하치를 계승한 훙타이지는 대조선 강경론자로 결국 조선을 침공하여 남한산성에 고립된 인조에게 항복을 받아내고 새로운 종주국으로 조선에 군림하게 된다.
문제는 광해군이 반정으로 축출된 후 새로이 집권한 서인(西人)정권은 무조건적인 반 여진정책에 몰두하며 사대 명분에 집착하여 여진과의 관계를 결정적인 파국으로 몰아간다. 문제는 반 여진정책에 부합하는 실질적인 전비(戰備) 구축이나 방어태세의 정비는 전혀 없는 채 현실적인 명분만을 추구하였다는 데 있다.
북한은 핵 무력을 완성하고 그간 대남정책의 근간이었던 한반도 통일정책을 공식 파기하는 동시에 <대한민국>의 영토를 전쟁을 통하여 통합하겠다는 전쟁정책을 공식화하였고 내년 그들의 소위 헌법을 개정하여 이를 명문(明文)화 하겠다고 내외에 공지하였다.
전쟁의 먹구름이 휘감아 오르며 북방의 끓는 기름가마가 남쪽으로 기울어지는 형세가 이미 뚜렷하다. 이른바 천고마비의 계절인 것이다.
10월1일 국군의 날 행사를 두고 시비가 흉흉하다. 예산을 낭비했느니 군사정권 시절이 연상되느니 시민 교통을 혼잡하게 했느니 심지어는 사관생도들의 수업을 방해했느니 하는 단론들이다.
언제나 <천고마비(天高馬肥)>의 계절은 있었다. 얼마나 준비하고 얼마나 치열히 대비하는가가 늘 문제였다, 이날 국민 모두는 대한민국과 국군이 믿음직하고 자랑스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