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현 정담은한의원 원장
한의학에서 말하는 심(心)의 기능도 물론 위의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이를 심주혈맥(心主血脈)이라 한다. 심장이 혈맥을 다스린다는 뜻이다. 심장이 펌프질을 하여 전신에 피가 흐르게 도와주어야 우리 몸 구석구석에 산소와 영양분이 공급된다.
지난 칼럼에서 간은 장군에 비유되었던 것을 기억할 것이다. 그렇다면 심장의 지위는 무엇에 비유하였을까. 한의학에서 심은 군주지관이라고 하였다. 오장육부에 지위를 매겼을 때 군주, 즉 왕의 자리를 차지하는 장기가 바로 심인 것이다. 그만큼 중요하다.
한편 한의학에서는 정신적인 활동을 유지하는 일도 심(心)이 한다고 보았다. 이를 일컬어 심장신(心藏神)이라고 하는데 여기서 말하는 신(神)은 정신활동과 사유활동을 가리킨다. 심장이 정신적인 일을 한다고? 뇌가 하는 일인데 무슨 말이지? 다시 말하지만 한의학에서 말하는 ‘심(心)’은 해부학적 실체인 ‘심장’ 보다 포괄적이고,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서양의학적 개념과 차이가 있다는 것을 기억하자.
한의학에서 심은 마음을 다스리고 사람의 생각과 관련이 있다. 이해하기 어렵다면 일상 생활에서 우리가 쓰는 말을 살펴보자. 상당부분 정신적인 부분이 심(心)과 관련 있다고 생각하는 면을 엿볼 수 있다.
중요한 일을 앞두고 긴장될 때 심장 떨린다고 표현하기도 하고, 마음이 여리고 약해서 두근거리거나 겁이 많으면 나는 심장이 약하다고 표현하기도 한다. 한의학에서도 심(心)의 기능에 문제가 생기면, 가슴이 답답하고 쉽게 놀라며 불면증이나 꿈을 많이 꾸는 등의 증상이 발생한다고 본다.
심(心)의 기능 이상이 더욱 심해지면 정신이 혼미하거나 혼수상태에 빠질 수도 있다고 보았다. 이에서 더 나아가면 치매나 섬망 등의 정신이상 증상이 발생할 수 있는 것으로 보았다. 반대로 심(心)의 생리기능이 정상인 경우에는 사람의 정신이 맑아져서 외부문제에 민첩하게 잘 대응한다.
흥미로운 것은 한의학에서는 심(心)의 병변이 혀에 반영된다고 본다. 따라서 혀의 색깔이나 상태 등을 분석하여 심(心)의 상태를 유추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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