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세계 40개국에서 전국 단위의 선거가 있는 해다. 전세계인구가 대략 80억 명 정도라고 추정하면 약 40억 명의 유권자가 투표를 하게 된다. 대한민국도 예외는 아니어서 이미 선거시즌에 접어들었고 또다시 ’포퓰리즘적 정책’이라는 표현도 언론에 종종 등장한다. 요즘 연구저널에서도 포퓰리즘에 관한 내용이 눈에 많이 띈다. 포스트 민주주의에 관한 고민과 함께 정치현상으로서 나타나는 포퓰리즘의 대안모색이 현안인 것처럼 보인다.
좌우를 막론하고 세를 규합하려는 정치운동을 포퓰리즘이라고 지칭하며 현실 정당정치에서는 상대진영을 비난하는 레토릭으로 사용한다. 양당정치와 유사한 한국의 경우 보다 많은 지지세력을 확보하기 위해 정책적 차별성을 갖지 못하므로 상대진영 공격용 미디어 프레이밍의 도구다. ‘포퓰리즘’이라는 개념에는 부정적 이미지가 이미 포함되어 있음을 짐작한다. 그럼에도 포퓰리즘의 개념정의는 다양한 시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이뤄지지 않은 상태이고 범주적 특징으로서 합의를 도출해가는 과정에 있다.
포괄적으로 포퓰리즘을 긍정적 포퓰리즘과 부정적 포퓰리즘으로 구분하나 긍정적 포퓰리즘은 종국 민주주의 정치체제로 수렴하기 때문에, 부정적 포퓰리즘을 일반적으로 포퓰리즘이라 지칭한다. 즉 민주주의 자체가 포퓰리즘의 특징을 이미 포함하고 있으며 이중에서 부정적인 양태를 현격히 보이고 사회공동체를 위한 공공성이 부재할 때, 포퓰리즘이라 말하는 것이다.
포퓰리즘의 보편적 특징은 ‘정치적 영역에서 인민주권론을 주장하며 현실의 불만에 대항하여(반 엘리트주의) 인민이 동원되어지는 현상’이다. 여기서 인민이란 정치이해와 정치역량이 부족하여 정치참여에 소극적이고 수동적인 정치의 객체로서 누군가의 세력확보를 위해 ‘손쉽게 동원할 수 있는 단순한 투표자’에 불과하다. 표를 모으기 위한 세력권자(포퓰리스트)의 가스라이팅 대상일 뿐이다. 그러므로 포퓰리스트는 인민이 배제되고 무시되는 정치 현실에 대한 인민의 분노와 불만을 표출하고 해소하는 과정에서 장기적으로는 인민공동체에 위해가 되는 방식-적을 상정한 이분법적 사회 편가르기, 정치 혐오증 및 정당 혐오증과 기성 질서 비판, 국수주의, 권위주의적 법과 질서 및 리더에 의한 단호한 해결책의 추구, 정치적 우민화, 불안을 조장하는 정치와 음모론, 시장의 자유와 효율성을 강조, 단순하고 감성적인 선전과 선동 등을 선택함으로써 민주주의의 변이바이러스를 만든다. 특히 오늘날 경쟁을 더 부추기는 개인의 생존과 욕망을 추구하는 방식과 사회적 신뢰마저 부족해 균열이 생긴 현실은 사회공동체의 구성원으로서 공생을 위한 보편적 연대를 왜곡시킨다.
공익과 사익, 경제적 이익, 자유, 생존권 등 다양한 형태의 ‘이익’ 혹은 ‘권리’를 의미하는 한정적인 ‘사회적 가치’를 사회구성원들이 수용할 수 있는 방법과 절차인 ‘권위’로서 권력에 의해 분배하는 것을 정치라고 정의한다. 사회 안의 관계 속에서 이뤄지는 정치가 ‘제대로’ 운영되는 곳에서는 어느 누구도 일방적으로 자신의 영향력 또는 권력을 행사할 수 없다. 인민을 도구로 전락시키는 특정 소수자의 전횡을 분별해야 한다. 공동체의 구성원으로서 공동선을 위해 기꺼이 후순위를 감내해왔던 인민의 선의를 차별로 구분 지으며 이용하는 포퓰리스트를 알아보아야 한다. 주체성을 가진 인민의 눈으로, 나와 내 아이들과 이웃을 위한 좋은 선택, 공공성을 놓치지 않는 정책을 가늠하는 용단을 보임으로써 역동성 있는 목소리를 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