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인가 학교폭력이란 용어가 낯설지 않고 익숙해졌다. 예전에는 친구간의 사소한 말다툼이 화근이 되어 몇날 며칠을 서로 외면하다가 화해하고 다시 아무 일도 없었던 것으로 회귀하곤 하였다. 아주 가끔 ‘일진회’나 ‘칠공주’ 등이 거론되기도 했지만 크게 사회문제화 되지 않는 수준이었다.
그러나 요즘의 학교폭력은 차원이 다름을 절감한다. 집단 감금과 폭행은 예사이고, 학년을 넘나들며 장기간 지속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더군다나 사이버공간에서의 폭력은 우리가 상상하는 정도를 훨씬 넘고 있다. 결국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는 피해자의 사연을 접할 때에는 두려움까지 느낀다.
2011년 대구의 모 중학교 2학년인 권모학생이 집단 괴롭힘을 견디다 못해 7층 아파트에서 투신자살했다. 이 사건은 현재도 인터넷 등을 통해 쉽게 접할 수 있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유명한 학교폭력으로 인한 자살 사건으로 알려져 있으며 온 국민과 학부모들에게 허탈감 및 공분을 안겨주었다. 가해자들은 학년 초인 3월 중순부터 12월까지 9개월 동안 피해학생 권 군에게 온라인 인터넷게임을 강요하였다. 또 이들은 은행 통장과 현금카드의 계좌 비밀번호를 알아내 상습적으로 돈을 강제로 갈취하였다. 만약 계좌 비밀번호를 말하지 않거나 틀린 비밀번호를 알려 주면 가차 없이 처참하게 마구 두들겨 패는 만행을 저질렀다.
가해자들의 가혹행위가 너무 잔인해 많은 사람들을 분노하게 하였다.
이 사건 이후로 한국 사회는 학교폭력에 극히 민감하게 되었으며, 경찰청은 교육부의 협조 아래 학교폭력 가해자가 미성년자일지라도 강경 처벌하는 추세로 나아가고 있다. 전국 모든 초·중·고등학교에서 매년 두 차례 의무적으로 학교폭력 실태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교육부 통계(2022)에 따르면 학교폭력을 경험한 학생은 5만4천명으로 전체학생 수의 1.7%를 차지한다.
피해 종류는 언어폭력이 33.6%, 집단따돌림 26% 이고, 사이버폭력 12.3%, 신체폭력과 스토킹이 6.7%, 금품갈취 5.4%, 강요와 성폭력이 각각 4.4%와 3.7%를 차지하고 있다.
학교폭력 가해동기를 보면 ‘장난이나 특별한 이유 없이’가 34.5%로 가장 많은 것으로 조사되었다. 이는 친구 간, ‘상대방이 먼저 괴롭혀서’ 22.1%, ‘오해와 갈등으로’ 12.2%로 조사되었다.
학교폭력이 지속적으로 문제화되면서 예방과 대책 마련을 위하여 학교폭력과 관련된 법령과 제도를 정비하고 있으며, 교육부와 민간단체에서도 꾸준한 노력을 하고 있는 중이다.
그러나 학교폭력의 심각성과 빈도는 더욱 심화되었고, 피해의 정도는 이전의 학교폭력과는 달리 경미한 수준을 넘어 강력한 범죄의 수준까지 올라올 정도로 심각해졌다.
청소년기에서 또래집단은 매우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또래집단 속에서 같은 행동양식을 추구하고 이질감을 인식하며 갈등과 수용을 반복하게 된다. 또한 집단 속에서 자신의 위치를 파악하고 그에 대한 역할을 이행함으로써 긍정적 자아감이 형성된다.
만일 부모나 또래집단으로부터 심리사회적 지지를 획득하지 못하게 되면 심리적으로 부정적 자아상이 형성되어 사회적으로 위축과 고립감, 약물남용 등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다분해 진다.
따라서 청소년들의 교육환경은 인생 전체를 좌지우지할 정도로 매우 중요하다. 학교폭력의 근절을 위해서는 과할 정도의 특단의 대책이 필요한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