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인은 콘텐츠 관련 일을 하고 있다. 대학교수, 작가, 각 영역의 창작자, 편집자 등 각자가 처한 위치에서 유리한 방식대로 해석한 콘텐츠의 의미에 따라 본인과 함께 이야기 나누고자 하는 다양한 사람들이 있다.
최근 유난히 관련 문제가 많아서 특별히 어떤 얘기를 먼저 해야 하나 고민했다. 모두가 시급한 현안이라 생각했기 때문인데 다시 생각해보니 모두가 하나의 얘기이기도 하고 또 콘텐츠라는 연관성만 가질 뿐 묘하게 정작 본인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콘텐츠의 핵심을 빗겨간다. 하나같이 모두가 어떻게 잘 가공하고 유통할 것인가에 포커스 되어 있다. 혹은 그 부가적인 사업들이다.
즉 테크와 자본이 투입되어 단시간에 가시적인 성과물이 드러나는 영역에만 사람들의 관심이 있을 뿐 정작 그 본질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다.
간단히 콘텐츠를 정의하면 ‘의미나 가치를 전달하기 위해 만들어진 모든 종류의 정보나 창작물’이다.
그 어떤 의미나 가치를 1차적으로 만드는 작업에 관한 고민이나 투자, 환경, 시스템에 관해서는 플랫폼 방식사업 외에는 거의 없다. 호흡이 긴 투자구간은 민간영역이 들어오기 쉽지 않다.
더구나 대부분이 매몰비용이거나 공공재가 되기 일쑤인 경우에는 더더욱 웬만한 민간 자금규모로서는 요원한 일이다.
콘텐츠 생산영역에서 1차적 저작물을 생산하는 작가들과 공생하며 비교적 긴 호흡을 갖는 출판계에서 벌어지는 근자의 소식. 파리올림픽을 맞아 문체부가 파리 곳곳에서 K-book 행사를 갖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우리 책을 홍보하겠다는 내용인데 여기에 사용한 예산은 해마다 해외도서전에서 주빈국 참여 예산 용도로 항목을 결정하여 배정한 예산을 전용한 것으로 당장 2024년 브라질 상파울로, 캐나다 몬트리올 초청장을 받아 놓고도 이 행사 진행이 어렵게 되었다.
또 이번 11월 제1회 부산국제아동도서전이 예정되어 있고 예산 역시 배정되어 있으나 문체부에서 아직 예산을 교부하고 있지 않으며 교부 지연의 이유도 밝히고 있지 않다.
검열 기구였던 간행물윤리위원회를 해체하고 새롭게 진행기구로 구성해 출발하겠다고 약속한 후 문체부는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을 설립했다. 출판계 인사를 임명하는 등 출판계 현실적인 진흥 발전을 위하겠다는 초기 약속과는 달리 낙하산 인사로 일관하며 관 주도의 의지를 보이고 있다.
한 유학파 교수가 말한다. 한국의 번역물이 엉망이라 한다.
과거와 달리 번역의 질이 나아졌다고 보지만 전문번역의 영역은 부족한 것이 현실이고 전문번역의 큰 과제 중 하나는 개념어의 변환이다. 이 부분은 학자들의 논의를 거쳐야 할 것인데 개념어 이해가 한국어보다 영어가 더 명징하다 말하는 이들에게 개념어의 한국어 변환이 왜 중요한지 나아가 자국의 데이터 주권을 말하고 자국의 LLM 모델을 말하는 현실에서 이들의 태도는 넌센스다.
실시간으로 번역기를 돌려 상대가 어떤 말을 하는지 적어도 내용을 파악할 수 있는 것이 현재다. 그럼에도 왜 우리는 우리말을 배우고 개념어를 익혀야 한다고 말할까? 그 연장으로 여러 나라 말을 할 줄 알면 더 좋은 것이지 글로벌 세상에 다른 나라 개념어를 익히면 안 되는 것인가? 왜 하필 언어가 매개인 것처럼 말할까? 호모사피엔스가 동물과 달리 문화를 이룬 본질은 모국어(개념어)를 통한 집단 내 개념의 공유와 이를 통한 사회적 실체, 관계, 맥락, 각 단위 주체 별 정체성 형성과 이어지는 의미의 출발점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