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은 멀고 주먹은 가깝다” 이 오래된 속담은 우리 사회 법치주의의 민낯을 드러내는 경구로 여전히 회자된다. 그렇다면 이 속담이 비판하는 법치주의란 무엇이며 이를 올바르게 정착시키기 위해 우리 사회는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할까?
법치주의(法治主義)란 모든 국가권력의 행사와 시민생활이 법에 의해 규율되고 누구도 법 위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민주사회의 근간이 되는 원칙이다.
이는 단순히 법에 의한 통치(rule by law)가 아닌 법의 지배(rule of law)를 의미한다. 진정한 법치주의 사회에서 법은 권력자의 도구가 아닌 모든 시민의 기본권을 보장하고 정의를 실현하는 수단이 되어야 한다.
이 속담의 역사적 맥락을 살펴보면 조선시대 백성들의 절망적 현실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당시 법은 권력자들의 편의에 따라 자의적으로 집행되었고 백성들에게 법이란 정의 구현의 수단이 아닌 권력자들의 통치 도구에 불과했다.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한 백성들은 ‘주먹’이라는 원시적 수단에 의지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현대 사회는 형식적 법치주의를 넘어 실질적 법치주의의 구현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시민들이 법적 해결을 불신하는 현실이다.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또 다른 속담이 말해주듯 법 집행의 형평성 문제는 우리 사회의 고질적 과제로 남아있다.
법원의 판결이 지연되고 수사기관의 공정성이 의심받는 상황에서 시민들의 불신은 깊어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주먹’이 해결책이 될 수는 없다.
폭력적 해결은 법치주의의 근간을 훼손하고 사회 정의 구현을 저해한다. 폭력은 또 다른 폭력을 낳고 이는 결국 약자에게 더 큰 피해를 주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법치주의 사회에서 폭력은 그 자체로 불법이며 문제 해결이 아닌 문제의 심화를 초래할 뿐이다.
실질적 법치주의의 정착을 위해서는 법 집행기관의 공정성 확립과 시민들의 법의식 함양이 동시에 이루어져야 한다. 먼저 법원과 수사기관은 엄정하고 신속한 법 집행의 모범을 보여야 한다. 사회적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법 앞에 평등한 수사와 재판이 이루어져야 하며, 지연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라는 법언처럼 신속한 사법절차의 진행도 필수적이다.
특히 수사기관은 증거 수집과 수사 과정에서 적법절차를 철저히 준수하면서도 효율적인 수사를 진행해야 한다. 무고한 시민의 인권을 보호하는 동시에 범죄에 대해서는 단호히 대처하는 균형 잡힌 법 집행이 요구된다. 이를 위해서는 수사관들의 전문성 향상과 함께 내부 감찰 시스템의 강화도 필요하다.
시민들의 법의식 제고를 위한 체계적인 교육도 시급하다. 초·중·고교 교육과정에서부터 법치주의의 가치와 중요성을 가르치고 실제 판례와 사례 분석을 통해 법적 사고력을 배양해야 한다. 법교육은 단순한 지식 전달을 넘어 민주시민으로서 갖추어야 할 기본 소양이자 권리이다.
결론적으로 “법은 멀고 주먹은 가깝다”는 말은 더 이상 우리 사회의 현실이 되어서는 안 된다.
이 속담이 여전히 공감을 얻는다는 사실은 우리의 법치주의가 아직 발전의 여지가 많다는 것을 보여준다.
법 집행기관의 공정하고 신속한 법 집행 그리고 시민들의 성숙한 법의식이 조화를 이룰 때 우리는 비로소 진정한 법치주의 사회를 이룩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