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뢰의 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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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뢰의 정치
  • 서기원
  • 승인 2014.08.14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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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기원 의정부의료원 원목


몇 년 전에 아내와 스위스에 한 달간 머문 적이 있다. 스위스 가정집에 머물면서 친절한 접대를 받았고, 멋진 자연 경관을 보며 감탄하고 돌아온 적이 있다. 스위스를 다녀오며 생각나는 단어는 한 마디로 ‘신뢰’였다.

스위스라는 나라는 여러 가지 것들을 떠올리게 한다. 우선 로렉스 시계가 떠오른다. 오늘날 많은 사람들은 세계에서 가장 정확하고 튼튼하여 오래가는 시계의 대명사로 로렉스 시계를 꼽는다. 그래서 결혼 할 때 서로의 신뢰를 상징하기 위하여 이 고가의 시계를 예물로 교환하기도 한다. 이 정도면 이 시계회사는 성공한 것이다.

스위스는 영세 중립국으로 유명한 나라다. 주변 강대국의 틈바구니에서 전쟁을 허락하지 않는 중립국을 선언하였다. 바로 이러한 사실 때문에 전 세계 사람들은 저마다 서로 믿을 수 없는 적대 국가 당사자들과 협상을 할 때, 이 나라에서 만나곤 한다.

적대국의 그 어느 나라에서도 상대방의 안전을 보잘 할 수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가장 안전한 제 3국으로 스위스를 선택하는 것이다. 제네바 협상이나 기타 국제회의가 많이 열리는 것은 이 때문이다. 많은 국제회의가 스위스에서 열린다. 이 정도면 그 나라의 영토가 주는 안정성과 신뢰도 또한 대단한 것이다.

국제회의가 열리려면 호텔투숙과 식사는 필수적이다. 좋은 회의장소의 대여와 호텔업은 국제회의 덕문에 호황일 수밖에 없다. 외국 사람들은 그러나 이 나라에 와서 회의만 하지는 않는다. 사람들은 관광을 하고 싶어 한다.

스위스는 이미 오래전에 알프스 융프라우 요흐(Jungfraujoch)를 준비 해 놓았다. 최근에는 한국 여행객들이 많이 오니, 한국어 안내방송도 있다. 심지어 한국인들이 좋아하는 사발면도 융프라우 정상에서 구입할 수 있다.

여행을 하면서 사람들은 일명 ‘맥가이버칼’을 사기도 하고, 시계를 사기도 한다. 이것만이 아니다. 스위스는 은행으로 유명하다. 영세중립국이기에 안전하다고 생각하여 세계 도처에 있는 돈 많은 사람들이 이곳에 돈을 예금해 두려고 한다. 그래서 많은 돈이 스위스 은행에 들어가 있다.

물론 스위스라는 나라에 좋은 점만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기차를 타고 다니면서 눈에 뜨인 것은 거의 모든 집 베란다에 꽃이 있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우리가 묵었던 스위스 가정집 주부에게 물어보았다. 스위스 사람들은 모두 꽃을 좋아하는가하고 물었더니, 스위스에선 집 베란다에 꽃을 키우는 것이 의무라고 한다. 이 모두가 여행객들을 위한 것이라고 한다.

스위스에서는 많이 버는 사람은 더 많은 세금을 내기 때문에 그렇게 많은 돈을 벌려고도 하지 않는다는 말을 들었다. 또 거주 이전의 자유가 실제로는 거의 없다는 말도 들었다. 이사를 한 번 하려면 그 절차가 까다롭기에 이사를 결정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스위스의 경치, 멋지다. 그러나 스위스 사람들이 한국에 와서 감탄하는 걸 보면, 우리 경치도 만만치 않다. 경치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편안하게 그 나라를 돌아다닐 수 있도록 하는 안정과 신뢰이다. 그들은 자그마한 영토를 모두가 믿을 수 있는 안전한 곳으로 만들려고 노력해 왔다.

그리고 그들은 물건을 팔고 관광사업을 해도 당장의 내일만을 바라보고 하지 않는다. 신뢰를 구축하기 위해 오랜 시간 공들인다. 이것이 바로 박리다매와 ‘빨리빨리’를 속성으로 하는 여타 자본주의 국가 및 it강국 한국과 다른 점이다.

스위스에서 경제학의 기초는 ‘최소비용에 의한 최대효과’가 아니다. 서로 간의 ‘신뢰’이다. 주식투자도 그렇고 기타 경제활동이 다 마찬가지다. 신뢰와 신용을 바탕으로 해야만 안정적이고 장기적인 이익이 보장될 수 있는 것이다.

오늘 우리 땅을 돌아보면 믿을 수 없는 일들이 너무 많이 일어난다. 오늘 한국 정치의 위기는 한반도 신뢰정착을 위한 신뢰 프로세스가 전혀 존재하지 않는 다는 점에 있다. 여기에서 모든 위기가 나온다.

한반도에서는 땅이든 바다든 어디도 안전하다고 느낄 수 없다. 군대에서 대학교 M. T.에서 고등학생 수학여행에서 일어나는 빈번한 사고를 보면 부모들이 자식을 밖으로 내 보내기가 점점 어려워진다.

또 지하철이나 버스 사고 등등의 안전사고의 빈도를 보면 정말 하늘이 무너질까 걱정했다던 ‘기(杞)’ 나라 사람의 ‘우(憂)’가 실감나게 떠오른다.

신뢰의 정치가 있어야 그 안에서 경제가 안정적으로 발전할 수 있고, 사람들이 안전하게 살 수 있는 것이며, 그에 따라서 외국 사람들이 더 많이 놀러와 더욱더 잘 살게 되는 것이다. 작금의 한국 정치현실을 보면서 몇 년 전 스위스 여행 소회가 잠시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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