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명기 논설위원·신경정신과의원 원장
간혹 TV에 나오는 장면이기도 한데 주로 혼자 살면서 집안에 온통 물건을 쌓아 놓고 지내는 사람들이 있다. 대개 일상생활에 필요하지 않는 잡다한 쓰레기 같은 물건들인데 정리, 정돈하기도 어려울 정도로 많이 흐트러져 있게 된다.
그 자신들은 그 물건들로 인한 불쾌감을 거의 느끼지 않으며 오히려 그 물건들로부터 일종의 안정감을 느낀다. 그러나 그들이 모아 놓은 물건들로 인해 심한 악취가 생겨 이웃과는 잦은 마찰과 다툼이 있게 되고 그로 인해 더욱 고립감을 느끼고 소외된 삶을 지속하게 된다.
이들은 대개 강박증의 일종인 ‘저장강박증’을 겪는 사람들이다.
대부분은 어릴 때부터 어떠한 상실(loss)과 트라우마(trauma)를 겪었던 경험이 있고 심리적으로 우울감이나 불안감이 큰 편이며 대인관계에서의 어려움이 많고 드물게는 두뇌의 기능 저하(특히 판단, 통제력 등에 관여하는 전두엽)를 보이기도 한다.
이들에게는 항우울제(SSRI 계통)나 항불안제 그리고 드물게는 정신이완제를 처방하며, 인지행동치료를 병행하면 치료 효과가 더욱 크다. 만약 주위에 그런 분들이 있다면 가급적 비난하거나 다투는 것을 피하고 그들도 증상을 겪는 사람들이라고 이해해 주고 전문적인 치료를 받도록 권해야 하겠다.
저작권자 © 한북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