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의 공백이 드러낸 가상자산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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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의 공백이 드러낸 가상자산 딜레마
  • 한북신문
  • 승인 2026.02.25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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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후 대표변호사
김 후 대표변호사

지난 2월6일 빗썸은 이벤트에서 2000원을 지급하려다 실수로 2000비트코인을 입력했다. 695명에게 약 60조 원 상당의 비트코인이 입금됐고 일부는 즉시 매도했다.

빗썸의 실제 보유량은 4만 6000여개에 불과했는데 장부상 62만개가 지급된 것이다.

8년 전 삼성증권 유령주식 사태와 닮았다. 당시 삼성증권은 1주당 1000원을 지급하려다 1000주를 잘못 입고했고 임직원들이 존재하지 않는 주식을 매도하면서 주가가 폭락했다. 삼성증권은 업무정지와 횡령 등으로 처벌받았고 빗썸도 유사한 경로를 밟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하지만 일반인들이 모르는 결정적 차이가 있다. 주식은 ‘재물’이지만 가상자산은 아니라는 점이다.

일각에서는 착오로 지급된 비트코인 매도 행위에 점유이탈물횡령죄를 적용할 수 있지 않느냐고 주장한다.

형법 제360조는 “타인의 점유를 이탈한 재물을 횡령한 자”를 처벌하는데 착오로 들어온 비트코인이 여기 해당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에 대해 대법원은 2021년 가상자산 착오이체 사건(2020도9789)에서 가상자산은 ‘재물’이 아니라 ‘재산상 이익’이라고 판시했다. 가상자산은 블록체인에 의해 부여된 경제적 가치가 디지털로 표상된 정보일 뿐 물리적 실체가 없다는 것이다.

점유이탈물횡령죄의 객체는 ‘재물’이어야 하므로 구성요건 자체가 충족되지 않는다.

나아가 대법원은 착오 이체된 가상자산 사용 행위를 처벌하는 명문 규정이 없는 상황에서 신의칙을 근거로 배임죄를 적용하는 것은 죄형법정주의에 반한다고 밝혔다.

착오로 가상자산을 받은 사람은 민사상 부당이득반환의무를 부담하지만 이는 민사채무일 뿐 형사책임의 근거가 될 수 없다.

빗썸은 부당이득반환청구소송으로 민사적 반환을 요구할 수 있다. 이벤트 당첨금이 최대 5만 원이었으므로 인용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민사책임과 형사책임은 별개다. 현행법상 가상자산 착오이체를 받아 사용한 행위를 처벌할 조항이 없다.

결국 이번 사태는 법과 현실의 간극을 드러낸다. 가상자산은 수십조 원 규모로 거래되지만 형법은 여전히 물리적 ‘재물’ 중심이다. 금융당국이 2단계 입법을 서두르는 이유다.

착오 지급된 가상자산의 처분을 어떻게 다룰지 거래소 내부통제는 어느 수준까지 요구할지 입법적 해답이 시급하다. 가상자산 시대에 맞는 새로운 법적 기준을 만드는 일이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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