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제도, 한국 사회가 빚어낸 주거 해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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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제도, 한국 사회가 빚어낸 주거 해법
  • 한북신문
  • 승인 2026.06.26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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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경 의정부시의원 당선인
김호경  의정부시의원 당선인

한국의 전세제도는 세계적으로도 유례를 찾기 어려운 독특한 주거 방식이다. 급격한 경제 성장과 도시화의 과정 속에서 전세는 주거 안정과 서민의 자산 형성을 동시에 가능하게 하며 한국 사회를 떠받쳐 온 하나의 ‘사회적 지혜’였다. 전세의 근본적 가치를 재조명하는 일은 주거 정책의 방향을 가늠하는 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 자산 형성의 기반, 주거 사다리의 마중물= 전세의 가장 큰 미덕은 주거비 부담 구조의 혁신성에 있다. 매달 현금을 지출해야 하는 월세와 달리 세입자는 목돈인 전세금을 맡기고 거주한 뒤 계약 종료 시 이를 돌려받는다.

이른바 ‘무월세’ 구조 덕분에 세입자는 소득의 상당 부분을 저축과 투자에 활용할 수 있었고 이는 자산 형성의 실질적인 기반이 됐다

■ 융통성 있는 금융, 시장의 숨은 조력자= 전세금은 주택 공급자인 집주인에게도 중요한 기능을 수행했다. 금융 인프라가 충분히 발달하지 않았던 시절, 전세금은 주택 구입이나 사업 확장에 활용할 수 있는 무이자 자금 조달 수단이었다. 이러한 구조 속에서 전세는 주택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하고 주택 건설과 거래를 활성화하는 역할을 했다.

■ 미래를 설계하는 삶, 공공적 안정성의 제공= 전세는 주거 생활의 예측 가능성을 높였다. 계약 기간 동안 임대료 인상 걱정 없이 안정적으로 거주할 수 있다는 점은 가정의 생활 계획과 자녀 교육, 직장 생활의 연속성을 가능하게 했다. 잦은 이사로 인한 가계의 비효율과 사회적 비용을 줄였다는 점에서 전세는 사적인 계약을 넘어 공공적 가치까지 담아냈다.

■ 한국 사회가 합의한 ‘주거의 지혜’= 전세는 단순한 관행에서 출발했지만 확정일자와 우선변제권, 전세보증보험 등 세입자 보호를 위한 제도적 장치가 결합되며 지속적으로 진화해 왔다. 이는 세입자의 자산을 보호하려는 한국 사회의 강한 의지와 사회적 합의가 반영된 결과이기도 하다.

오늘날 전세제도는 월세화의 가속, 전세사기 위험 증가, 금융 환경의 구조적 변화라는 도전에 직면해 있다.

전세제도의 소멸은 단순한 시장의 정상화 과정으로만 바라볼 수 없다.

오히려 대한민국 서민들의 주거 사다리가 무너져 가는 과정은 아닌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갑작스러운 월세 중심 시장으로의 급격한 전환은 임대시장의 혼란을 키우고 무주택 서민들의 주거비 부담을 더욱 가중시키고 있다.

물론 시대 변화에 따라 제도의 개선은 필요하다. 그러나 충분한 대책 없이 전세시장이 급격히 축소되고 월세화가 가속화된다면 그 부담은 결국 사회적 약자와 미래 세대에게 전가될 수밖에 없다.

뚜렷한 대안 없이 급격한 월세화를 추진한다면 이는 서민들의 거센 원성과 심각한 사회적 갈등을 불러올 수밖에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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