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우리 사회복지 인프라의 가장 큰 고질병은 공급자 중심의 ‘칸막이 행정’과 ‘시설의 파편화’입니다.
아동, 노인, 장애인, 노숙인 등 대상별로 시설이 쪼개져 있다 보니 한 가구가 가진 복합적인 위기에 유연하게 대처하지 못합니다.
예를 들어 빈곤과 우울증을 앓는 독거노인이 장애인 자녀를 양호하는 가정이 있다면 이 가정은 노인복지관, 장애인복지관, 정신건강복지센터를 일일이 찾아다니며 서비스를 신청해야 합니다. 기관 간 데이터 공유가 원활하지 않아 대상자는 매번 자신의 불행을 반복해서 증명해야 하고 정작 핵심적인 위기 징후는 공백으로 남기 일쑤입니다. 이러한 자원의 낭비와 비효율은 결국 복지 체감도를 떨어뜨리는 주범이 됩니다.
따라서 향후 사회복지 인프라 개혁의 핵심 방향은 첫째, ‘공간과 기능의 통합(Consolidation)’이어야 합니다. 지역사회 내 산재한 소규모 시설들을 물리적·기능적으로 통폐합하여 하나의 거점형 종합복지 플랫폼으로 재구조화해야 합니다.
이를 통해 행정 비용을 절감하고 그렇게 확보된 재원을 서비스의 질적 향상과 전문 인력 확충에 재투자해야 합니다.
둘째, 사후 대응에서 ‘선제적 예방(Prevention)’으로의 패러다임 시프트가 시급합니다. 빈곤이나 돌봄 공백으로 인해 완전히 고립되거나 범죄, 자살 등 극단적 상황에 이르기 전에 위기를 감지하는 시스템이 작동해야 합니다. 단일화된 통합 인프라를 기반으로 지역 내 빅데이터를 적극 활용해야 합니다.
단전·단수 가구, 건보료 체납 가구 등 위기 징후를 선제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사회복지 전문 인력이 먼저 찾아가는 ‘아웃리치’ 기능을 사후 수습 기능보다 2배 이상 강화해야 합니다. 질병도 조기 발견 시 치료비가 적게 들듯, 복지 역시 예방에 투자할 때 사회적 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습니다.
셋째, 현장 인력의 ‘전문성 고도화와 사례관리 역량 강화’입니다. 종사자들은 단순히 급식을 배급하거나 시설을 관리하는 행정원이 아니라 주민의 삶을 진단하고 설계하는 ‘통합 사례관리 전문가’로 거듭나야 합니다. 다학제적 접근(정신보건, 의료, 간호, 복지 등)이 가능한 전문가 집단을 배치하여 고난도 위기 가구에 대한 맞춤형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 사회복지 종사자의 처우를 현실화하고 전문 역량 개발을 위한 체계적인 교육 인프라가 동시에 구축되어야 할 것입니다.
사회복지 인프라의 통폐합은 단순히 기관의 숫자를 줄이는 구조조정이 아닙니다. 복지의 수혜자가 ‘시혜의 대상’에서 ‘당당한 권리의 주체’로 전환되도록 돕고, 한정된 국가 재정의 효율성을 극대화하여 지속 가능한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한 생존 전략입니다. 10여년 동안 이 주장을 해 오는 가운데 동료 사회복지사들의 이견도 많이 접했습니다. 그러나 미래지향적으로 과감한 결단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후발 주자로 인프라는 구축하는 지자체 일수록 ‘예방적 통합’의 패러다임에 기초하여 설계 할 필요가 있습니다.
한국전쟁 이후 70여 년간 우리 사회복지가 ‘양적 팽창’과 ‘사후 구호’의 시대였다면 앞으로 맞이할 시대는 ‘질적 성숙’과 ‘선제적 예방’의 시대여야 합니다. 낡은 복지 칸막이를 과감히 허물고 주민의 삶을 촘촘하게 감싸 안는 예방적·전문적 통합 복지 인프라 구축에 정부와 지자체, 그리고 지역사회가 다 함께 지혜를 모아야 할 때입니다. 경기북부가 선제적으로 검토하고 추진해 나가기를 기대해 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