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검색이나 LLM에게 물어보면 되는데 책을 왜 읽어야 하지? 사양산업인 출판업, (지역)서점을 정부는 왜 자꾸 지원하는 거지? 공공시설인 도서관은 여기저기 왜 자꾸 짓는 거지? 도대체 왜 그럴까? 우리는 이들에 대한 투자가 사회적 인프라를 위한 공공투자라는 것을 종종 잊는다.
한국은 대표적인 고학력 국가이다. 그러나 높은 학력 수준과 달리 성인의 독서율과 문해력 수준은 사실 심각하다.
2025년 국민 독서실태 조사에서 연간 종합독서율은 학생 94.6%, 성인 38.5%, 이 중에서도 월평균 소득 200만 원 이하 저소득층 성인 독서율은 13.4%에 그쳤다.
OECD 2023 성인역량조사(2022~2023년 PIAAC)에서 한국의 16~65세 성인은 평균 문해력이 249점으로 OECD 평균보다 낮았고 고등교육을 마친 한국 성인의 경우에도 문해력 평균이 264점으로 PIAAC 참가 31개국, 국가 경제권 중 27위 수준이었다.
앞으로 요구되는 우리의 문해력 수준은 지금보다 더 높을 것이며, 범위는 더 넓어질 것이다. ‘기초 문해력인 텍스트 문해력, 수리 문해력에 더해, 정보, 미디어, 디지털, AI 환경에서 정보를 탐색하고 평가하며 활용하는 복합적 문해력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책 읽기는 긴 호흡으로 질문을 구성하고 타인의 사고와 서사를 따라간다. AI 시대에도 ‘질문하고 판단하는 힘’을 키우고 인간 이해를 기르는 중요한 훈련의 매개체로 ‘책’이 중요하다는 의미다.
책은 출판사가 생산해 각종 도서관과 서점을 통해 독자와 만난다. 책이라는 매체는 지식을 정제하고 축적해 전달하고 서사를 통해 간접 경험을 하게 하며 각종 기억과 정체성을 반영한 문화적 결과물이자 사회적 매개체다. 이 매개체를 통해 정부가 달성하려는 목표는 단순히 국민의 독서율을 높이고 문해력을 높이는 것에서 그치지 않는다.
물론 과거부터 출판사, 각종 서점, 각종 도서관, 평생교육기관 등은 ‘책을 생산, 보관, 전달, 판매하는 기관’으로 역할하며, 전체적으로 이 기능들을 잇는 하나의 생태계를 이룬다.
개인의 책 읽기는 긴 텍스트의 맥락을 지속적으로 추적하고 타인의 사고구조를 따라가는 과정에서 공유된 개념과 현실을 해석할 수 있는 인지 자원을 축적한다. 이러한 능력이 폭넓게 분포할수록 공동체는 구성원들이 공유할 수 있는 현실, 개념, 기억의 기반을 유지하고, 사실과 주장, 해석을 상호 검토할 수 있는 조건을 갖추게 된다.
궁극적으로 책 정책은 국민 개개인의 지속적인 지식 획득, 해석, 판단 능력을 보장하고 사회 전체의 집단적 판단 능력과 자기 교정 능력을 보존하는 정책으로 이해할 수 있다. 공동체가 공유현실과 기본적인 개념체계를 잃고 사실과 허위를 구별하거나 서로의 주장을 해석할 능력을 상실하면 그것은 단순한 ‘독서문화 쇠퇴’가 아니라 사회가 안정성과 신뢰를 재생산하는 능력의 약화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점에서 책 정책은 문화정책이면서 동시에 지식정책이고 장기적으로는 사회적 안보를 지탱하는 인지 인프라 정책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