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 16일 과정정리… ‘걸/음/마’ 현장형 역사문화강좌의 새 모델로 각광
경기북부 흐르는 중랑천, 옛이름 ‘두험천’ 회복 필요…경기 분도 움직임에 맞춘 정체성 강화 '두험천' 조명
지난 2022년 봄 첫발을 뗀 후 매달 두 차례씩 진행해 온 의정부 역사문화 강좌가 3년째 이어지면서 지역사회에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2022년과 2023년 각각 열세 차례, 올해도 열여섯 차례 진행된 이 현장확인형 역사문화 강좌에는 그동안 의정부는 물론 경기북부와 서울 주민들까지 매회 20~40명이 참여했다.
누적 참석자 수도 연인원 1500여 명에 달하는 인기 프로그램이다. 이러한 방식의 현장형 지역사 강좌는 다른 기초자치단체들도 관심을 기울일만한 충분한 가치를 지닌 것으로 보인다.
‘걸음마’(걸으면서 음미하는 마을 이야기)는 의정부문화원(원장 윤성현)이 서가에 꽂힌 채 읽히지 않고 박제가 되는 책의 한계를 극복할 목적에서 처음 기획했다. “역사를 현장에서 접하면, 보다 쉽게 이해와 애향심을 돋울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에 ‘걷기’라는 건강과 ‘상식’이라는 인문학을 버무려 탄생한 프로그램이다.
올해는 예산 문제로 문화원 주관이 어려워 유실장 개인의 자원봉사로 전환했다. 올해는 11월2일 ‘초혼(招魂)– 살며 사랑하며’란 주제로 의정부 송산을 탐방하면서 발걸음을 멈췄다.
유호명 실장 전공은 역사가 아닌 무역학이다. 그런데도 지역사에 천착한 이유는 스스로의 정체성 확인과 고향 사랑이라고 한다. 그에게 보람된 기억 하나를 요구하자 “지명 ‘의정부’의 기원을 앞당긴 것”이라 말했다. 이전까지 지명 ‘의정부’에 대한 문헌상 최초 언급은 1796년(정조 20) 승정원일기의 『양주 직곡평과 의정부평(坪)으로 달려가 농사를 살폈다』로 알려져 왔다.
유실장은 2020년 조선 중기 이정구의 ‘임진피병록’을 읽다, 1592년 임진왜란 초기 기록에서 ‘議政府場(의정부장)’이란 표현을 발견했다. 지명 역사가 단숨에 204년이나 앞당겨졌다.
유실장은 또 양주 불곡산에서 발원하여 한강으로 들어가는 개울 ‘중랑천’ 이름의 얕은 역사성을 설명하며 양주~의정부 구간 옛 이름 ‘두험천’ 회복 필요성도 강조했다. 20세기 들어 등장한 ‘중랑천’에 견주어 두험천(豆險川·豆驗川)은 1600년대부터 문학작품과 여행기에 빈번히 등장한다. 고지도에는 빠짐없이 표기돼 있다.
그는 “중랑천은 발원지에서 의정부 호원동까지의 지방하천과, 그 하류 국가하천의 조합”이라며 이 중 지방하천 중랑천의 명칭 변경을 주장한다. 이 주장은 ‘걷고싶은도시국’을 설치해 하천 기능을 치수에서 친수(親水)로 전환하겠다는 의정부시의 정책과도 맥을 같이 할 것으로 이해된다. 의정부시 지역정체성을 크게 강화할 수 있는 주제가 분명하다.
‘걸음마’는 11월16일 오전 용현동 의정부문화원에서 과정을 정리한다. 유 실장은 “이 자리에서 ▲3년간의 걸음마 성과 공유 ▲의정부 역사문화 진작에 대한 의견 ▲주민 정주성(定住性) 증진 방안 등을 피력할 것”이라고 전했다.